에너지 생산 및 소비의 혁신 - 에이치에너지, 젠틀에너지
산호초는 해양 생물에게 일종의 대도시 같은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대도시는 사람들에게 아파트, 식당, 병원, 놀이 공간, 레저 등 사람들이 먹고, 자고, 놀고 생활하는데 필요한 인프라를 제공하듯이, 산호초는 다양한 큰 군집의 산호들을 통해 해양 생물들이 모여서, 거주하고, 먹고, 생활할 수 있는 생태계 인프라를 제공한다는 거죠.
그런데, 1980년대부터 전세계 곳곳에서 산호초들의 색깔이 형광색 빛으로 바뀌거나 백색으로 바뀌는 현상이 관찰되기 시작합니다. 일부 환경학자들은 이것이 이상 기후로 인해 비롯된 현상이라고 분석하고 경고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생태계의 자연 현상 정도로 생각하며 큰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산호초의 형광화, 백색화 현상이 지구 온난화에 따른 바닷물의 온도 상승으로 인한 산호초 소멸 과정이라는게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시점은 사진 작가이자 다이버인 Richard Vevers 가 꽤 오랜시간 곳곳의 산호초들의 사진 기록을 담아 Chasing Coral 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최근의 일입니다.
해수의 온도가 상승하여 바다가 뜨거워지면, 산호초 표면에 살고 있는 플랑크톤이 산호초 밖으로 떠나게 됩니다. 산업화 이후 지구 평균 기온이 1.1도 상승하는 동안 서울 면적의 20배에 해당하는 산호초가 이미 소멸되었고, 향후 이 온도가 1.5°C 상승하게 되면 전체 산호의 70~90%가, 2.0°C 상승하면 99% 가 소멸한다고 합니다. 현재 상승 추세를 고려할 때 이 시기를 빠르게는 10년 정도 뒤로 보는 전문가들도 많습니다.
이런 시나리오가 실제로 전개된다면 산호초의 이러한 소멸이 해양 생물들의 감소 및 멸종 등으로 인한 인류 먹거리의 문제를 야기할 뿐만 아니라, 해양 생태계에 큰 위협을 가하거나 붕괴를 초래할 것이라는 사실을 추정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산호초가 광합성을 통해 방대한 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지구 온난화 방지에 상당히 기여해 오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면, 산호초가 흡수해 오던 탄소가 다시 공기 중으로 배출되어 기온 상승을 되려 가속화시키는 악순환 고리 (Negative feedback loop) 를 만든다는 점을 바로 추측하기는 쉽지 않죠.
기후 문제에 있어서 정말로 두려운 점은 이러한 산호초의 사례처럼, 어떤 원인으로 인해 발생한 결과가 다시 그 원인을 강화시키는 악순환 고리의 형태가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디젤 자동차의 주행, 철강 또는 시멘트 산업의 제조 공정, 화력 발전소의 발전 과정 등 산업화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 배출로 인해 상승한 기온은,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전세계 삼림의 수분량 감소를 통해 삼림의 대형 화재 빈도를 크게 증가시켜 엄청난 추가 탄소 배출을 야기한다거나, 북극, 남극 등 전세계에 존재하는 빙하들의 해빙을 가속화시킴으로써 심해에 보관되어 있던 방대한 양의 탄소 배출을 추가로 발생시키는 등이 바로 이러한 사례가 되겠습니다. 심지어 이러한 순환 고리로 인한 부수적인 피해는 정확히 분석조차 하기 어렵습니다.
2016년 파리 기후 협정에서 간신히 전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이 합의한 2050년의 탄소 배출 제로 목표 또한 아마도 이러한 악순환 고리로 인한 분석까지 정확히 고려되지는 않았을거라 생각합니다. 가뜩이나 파리 기후 협정의 실행도 현실화되기가 만만치 않은데, 이들 정치인, 과학자, 기업가, 환경 운동가 등이 힘겹게 외치는 재앙 시나리오는 실제 상황보다 과소평가되었을 가능성이 많다는 얘기죠. 이런 관점에서, 사실상 기후와 환경과 관련된 문제는 지속성 (Sustainability) 의 문제가 아닌 생존 가능성 (Survivability) 의 문제라고 부르는게 긴급성을 더 적절히 표현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만일, 정말로 이렇게 시급한 생존 가능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 문제를 다루는 이해 관계자들은 “지금 적용할 수 있는 해결책” 을 찾아야 하고, “해결책이 환경에 가져올 효과의 크기가 거대해야” 합니다. 그런데, 아직도, 기후나 환경 관련된 기술 분야 기업들은 그저 선한 기업일 뿐 스케일이 큰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기업들은 찾기 어렵다는 선입견이 많습니다. 사실 이 부분은 매우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이건 마치 20년전 누가 신발을 인터넷에서 사겠느냐, 15년전 메세지앱으로 어떻게 돈버느냐, 10년전 데이터가 돈이 되겠느냐, 5년전 AI는 공상과학 아니냐고 하던 얘기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실제로 환경 문제에 대한 협약이 대규모로 국제법적 효력이 있는 수준에서 합의된 것은 비교적 최근인 2016년 파리 기후 협정입니다. 이후 애플, BMW, 나이키를 비롯한 전세계의 최고 기업들은 이미 앞다투어 생산과정에 필요한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사용하겠다는 RE100 을 선언하고 빠른 속도로 실행에 옮기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이들의 공급망에 속해 있는 공급사들 또한 이들로부터 거래처 계약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탄소배출 절감을 그들의 프로세스에 반영해야만 합니다.
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탄소국경세 도입을 이미 가시화하고 있기 때문에, 해외로 제품을 수출하는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에 직접적인 비용으로 반영이 될 것이고요. 글로벌 탄소 가격을 1톤당 $55까지 만드려는 계획이 현실화되면, 탄소 배출하는 기업들의 제품 경쟁력은 이로 인해 큰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글로벌한 움직임으로 인해 이와 관련된 시장은 생각보다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태양광, 풍력 발전 분야, 분산형 자원 관리를 위한 가상발전소 (VPP), CDR (이산화탄소 제거), 그리드 안정화를 위한 ESS 배터리 플랫폼 및 BMS (배터리 관리 기술), 전기 모빌리티, 그린 수소 기술 및 저장 장치, IoT / 로봇 / AI를 통한 전력 및 오퍼레이션 효율화, 빌딩 에너지관리, 탄소 회계 소프트웨어, GPU 와 클라우드 등 고전력 프로세서의 전력 효율화, 미세조류나 해조류의 광합성을 통한 탄소 포집, 바이오 매스, 바이오 디젤, 친환경 비료, 각종 푸드 기반의 혁신, 재활용 분야 기술, 바이오 플라스틱 등 관련 영역을 다 나열하기도 어려운데, 이들 각각은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데 그 효과가 클 뿐만 아니라, 매우 방대한 시장입니다.
저희는, 이 중, 각각 에너지가 생산되는 방식, 또 에너지가 소비되는 방식을 IoT 플랫폼을 통해 혁신함으로써 환경 문제에 대해 “지금 적용할 수 있는 해결책” 을 개발하여 “큰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되는 두 곳의 기업들에 투자하였습니다.
빌딩이나 아파트 옥상에 태양광 발전소 시공을 통해 일반인 누구나 조합원으로 참여하여 재생에너지 발전에 따른 수입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하고, RE100 기업들이나 기타 전기 사용자들이 저렴한 가격에 재생에너지 전력을 구매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재생에너지 분야의 플랫폼 서비스 기업입니다.
자체적으로 개발한 자가발전 센서 기술 및 AI 알고리즘을 활용하여, 항공, 선박·자동차 부품, 의료기기, 제약, 화학, 전자산업, 농업 부문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의 제조기업들이 생산관리 및 에너리관리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공장의 오퍼레이션을 실시간으로 계측, 분석하는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플랫폼 기업입니다.
사실 긴급성에 있어서 여전히 과소평가되어 있는 환경 문제에 관한한, 거대한 혁신과 산업에 투자해서 수익을 만들어 내야하는 VC로써의 역할은 여유롭고 사치스럽게 들립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저희는, 앞으로도 “지금 적용할 수 있는 해결책” 을 개발하여 환경 문제에 “거대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기업들에 계속 활발히 투자하려고 합니다.
또 포스트합니다. Stay tun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