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치에너지 - Pre-IPO 라운드

저희 포트폴리오 중 태양광 에너지 투자 플랫폼 ‘모햇’과 태양광 발전소 SaaS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에이치에너지가 최근 Pre-IPO 라운드를 완료하였습니다. 이번 라운드에는 저희도 팔로온의 의미로 소액 투자에 참여하였습니다. (기사)

기후와 관련한 산업의 성장에 대해서는 다른 글들 (오픈소스, 그리고 환경 및 에너지 생태계에 대한 단상, 에너지 생산 및 소비의 혁신 - 에이치에너지, 젠틀에너지) 에서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EU 집행위원회에서 2021년 7월에 입법안을 공개했던 CBAM (탄소국경조정제도) 이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전력, 수소 등 6개 항목에 대해 2023년 10월부터 우선 적용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항목들의 제품을 유럽 연합국가에 수출할 때는, 생산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산정하여 보고하고 이에 따라 탄소 비용을 관세로 지불해야 합니다. 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SEC) 가 2022년 3월 발표했던 상장사에 대한 기후공시 의무화 규정이 올해 2024년 3월 최종안을 통과하여, 이제 미국 상장기업들은 기후 변화와 관련된 중대한 정보 (예: Scope 1, 2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 를 공시해야 합니다.

이러한 환경의 변화에 대비해야 하는 건 국내의 기업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근까지 필요한 전력량의 100%를 친환경 재생에너지원을 통해 조달하는 RE100 캠페인에, 포스코, SK, 삼성, 현대, LG, 네이버 등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최근까지 36개의 기업들이 가입하였습니다. 그런데, 신재생에너지 조달 상황은 만만치 않습니다. 이들 기업들이 사용하는 총전력이 1년에 6만 GWh가 넘는데 반해 이들이 태양광이나 풍력으로부터 충당하는 에너지는 10%도 안되고 있습니다. 공급에 큰 이슈가 있는 상황이죠.

안 그래도 기후 문제나 신재생 에너지 문제는 점점 더 큰 이슈가 되고 있는데, 여기에 더하여, AI 산업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AI 관련 데이터센터 설비 또한 빠른 속도로 확장되고 있고, 이에 전력 조달 문제는 점점 더 풀기 어려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AI 서버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GPU 뿐만 아니라 이들과 HBM을 패키징한 인터포저, 발열을 식히기 위한 냉각장치등의 인프라도 과거의 일반 서버 컴퓨팅 자원보다 훨씬, 훨씬 더 많은 전력을 소비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AI의 차기 패권을 두고 경쟁하는 해외의 거대 기업들 - 마이크로소프트, OpenAI, 구글 등 - 은 모두 태양광, 핵융합, SMR (소형원자모듈원전), 지열 발전 등에 투자하며, 에너지 수급을 위한 대비를 하고 있습니다. AI 데이터센터에 대한 에너지 수요의 시급성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최근 행보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 미국에서 1979년 냉각수 공급 시스템 오류로 심각한 원자로 사고를 일으키며 원자력 에너지에 대한 트라우마를 가져왔던 Three Mile Island 의 원전을 재가동하며 이 원전이 생산하는 전력을 독점 계약을 합니다. AI 분야의 치열한 경쟁 상황은 국내의 기업들도 마찬가지입니다. KT, SK, 네이버 등의 대기업들은, 국내외 AI 기술 기업들에 큰 돈을 투자하고, 데이터센터를 구축하여 AI 클라우드 기능을 제공하며,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구축된 국내의 데이터센터들 또한 그 운영에 막대한 전력 수급이 필요할 수 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여기까지는 많은 뉴스에서 접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사실 우리나라에는 이러한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 문제 이외에 또다른 큰 이슈가 있습니다. 바로 송배전망 부족 문제입니다. 늘어나는 전력과 친환경 재생에너지를 공급하려면, 생산한 전력을 필요한 곳으로 전송해 주는 연결망이 필요하겠죠. 특히, 신재생에너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태양광과 풍력 발전의 경우 일조량이 강하고 저렴한 유휴 필지를 많이 보유하거나, 해안에서 바람이 많이 불어 풍력 자원이 풍부한, 강원도, 경상도, 전라도, 제주 지역에 집중적으로 설치될 수 밖에 없는데, 막상 이러한 전기를 사용해야 하는 회사들과 인력들은 서울, 경기 등 수도권 등 인구 밀도가 높은 지역에 위치한다는 불균형의 이슈가 존재합니다. 이 불균형의 이슈를 해결하는데 필수적인 인프라, 즉, 전력의 도로 역할을 하는 인프라인 송배전망이 국내에는 충분한 규모로 증설되지 않았기 때문에 전력을 필요한 양만큼 전송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어떤 뉴스에서는 공급할 신재생에너지가 없다고 하고, 또다른 뉴스에서는 태양광 발전소가 남아돌아 운영을 멈추거나 출력제어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겁니다.

그럼 해결책은 간단하겠죠? 정부가 예산을 배정해서 송배전 설비를 증설하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이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일단은 돈의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전력의 운영을 독점적으로 책임지고 있는 한전은 적자 규모가 크고, 전기비를 올리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에, 송배전망에 필요한 예산을 충분히 배정하는데 많은 부담을 느낄 겁니다. 그런데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변전소 및 송배전망을 설치하고자 하는 대상 지역 주민들의 완강한 반대입니다. 우선 최근에 이슈가 되고 있는 사례로, 하남시가 있죠. 수년전에 이미 수도권 전력망 확충 계획에 따라 확정된, 경북 울진에서 가평을 거쳐 동서울 변전소까지 280km를 연결하는 동해안-수도권 초고압 직류 (HVDC) 송전선로를 2026년까지 완공한다는 계획이, 하남시의 주민들이 전자파 발생과 관련된 건강상의 문제를 제기하여 완강히 반대함으로써, 하남시에서 최종 허가가 나지 않았고 공사 또한 무기한 연기되고 있습니다. 이 하남 변전소의 건설이 늦어지게 되면, 수도권 전력 공급의 차질은 물론이고, 대규모로 조성을 예정하고 있는 용인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사업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습니다. 전력망 건설사업이 지연되고 있는 사례는 이 뿐만아 아닙니다. 충남 북당진-신탕정 송전망, 서남해 해상풍력 단지-신장성 변전소 송정망, 당진화력-신송산 송전망 등은 모두 송배전망 증설에 5년 이상 지연이 되고 있는 사례입니다.

자, 대한민국같은 지방자치와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국가에서는 풀기 쉽지 않은 문제이죠? 그렇다고 해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 시행된 “분산에너지법” 이 그 해답을 의미있게 제시해 주고 있습니다. 과거 화력 등 대규모 발전소를 중심으로 하는 시기에는 중앙집중형 전력시스템이 필요했고 이에 따라 장거리 송전망 구축을 해야 했지만 지금과 같은 신재생에너지 시대에는 이러한 구조가 잘 맞지가 않고, 오히려 경제적 비효율, 인근 주민들의 반발과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게 되므로, 아예 전력시스템 구조와 개념을 바꾸어서, “전기가 필요한 지역에서 님이 직접 생산해서 쓰세요” 라는, 내전재산의 마인드를 기반으로 전력의 인프라를 바꾸어 보자는 접근 방식입니다. 이런 마인드를 기반으로 “분산에너지법” 은 수년간의 많은 논의 끝에 올해 6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었습니다.

에이치에너지는 바로 이 내전재산의 마인드를 기반으로 하여 비교적 소규모의 태양광, 즉 “분산에너지자원” 을 건물 옥상 등에 설치하고 건설하여 운영하는데 필요한 A to Z을 제공하는 회사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소규모 태양광 발전소 투자 플랫폼인 “모햇”, 발전소 운영 및 고장 진단 SaaS 플랫폼인 “솔라ON케어”, 빌딩 옥상 등 유휴 공간에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해 주는 “솔라뱅크” 등의 서비스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죠.

10월 말에도 대만에 콩레이 태풍이 들이닥치고, 아직도 반팔을 입고 다녀야 하는 이상 기후 시대에, 어려운 문제를 풀기 위해 오랜 시간 고군 분투해 오시고, 또 새로운 스테이지를 맞아, 급격한 성장에 24시간도 부족할 만큼 고군분투하시는 에이치에너지의 임직원 분들 - 리스펙트합니다. 또한, 이번 라운드에 함께 참여해 주신, 스틱인베스트먼트, 산업은행, 포스코기술투자에도 감사의 메세지를 전합니다: Ascend toge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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